책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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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책을 읽니?” 책을 펼치면 친구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돕니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가’라고 생각도 했지요. 어쨌든 교실에서 책 보기가 꺼려집니다. 스트레스 받은 것 같아요. 단지 독서를 좋아할 뿐인데…. 중학교 때는 교실에서 책을 읽는 친구가 1, 2명은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니 쉬는 시간에 교과서, 참고서 외의 책을 보는 학생이 아예 사라졌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책 보는 저를 보면 신기하게 여기고 간혹 비아냥거리고 싶은 걸까요?

책을 읽는 습관을 갖지 못하고 학급의 다른 친구들을 비난하는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어른에게 있지. 느리나 빠르나 남들이 아이들의 인생을 이러니 저쩌니 하는 통에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부모 세대나 자식 세대나 옛날에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지만 특정 시대에의 성공한 인생에 주눅이 들지 않으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내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기사에서 투쟁하지 않고 순응을 강요받는 아이들의 초상을 본다. 남들과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무언중에 가르침 받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적은 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싫어하는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또 한 번 놀랍게 한다.

책따를 당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편치않다. 책 한 권 읽는 데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시선이 많은 세상이라니. 투쟁 영역 확장은커녕 전투력조차 갖추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에서 항복하는 법부터 배우고 있겠구나. 측은하다.